명화탐방기&#9327; 로댕, <지옥의 문>, 1880-1917년경 - 전북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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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호.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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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탐방기⑯ 로댕, <지옥의 문>, 1880-1917년경
인간의 삶과 인생의 기념비적 서사시
[1486호] 2018년 10월 17일 (수) 17:44:20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9)은 전통적인 아카데미 조각의 이상적인 규범을 거부하고 인간의 내면적 진실을 들여다보는 작품 활동으로 20세기 현대조각의 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로댕의 대표적 작품 <지옥의 문>은 1880년 8월 16일 프랑스 정부 조형예술국으로부터 새로 신축될 장식미술관을 위한 기념비적인 장식문을 주문받은 것이다. 단테의 오랜 신봉자였던 로댕은 이 문의 주제로 단테의 <신곡>을 주저 하지 않고 선택했고, 곧바로 높이 5미터가 넘는 거대한 문 작업을 열정적으로 착수했다. 비록 <지옥의 문>은 오랜 기간 동안 제작됐고 최종적으로 장식미술관 자리에 서지 못했지만, 당시 조형예술국 감독관들의 보고서와 정기적인 급여 지급이 증명하듯, <지옥의 문>의 기본 형태는 짧은 기간에 완성된 기록이 남아 있어 로댕이 이 작업에 열정적으로 몰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댕은 처음엔 피렌체 세례당의 <천국의 문>처럼 문짝을 여러 개의 패널들로 나누려고 했으나, 최종적으로 완성한 작품에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처럼 세부 구획을 배제했다. 또한 여기에 로댕은 단테 시의 3분의 2를 버리고, 가장 절망적인 부분인 지옥 편에 집중했다. 결국 다양한 형태로 된 다수의 인물들 속에서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우골리노와 그의 아들들>, <세 망령> 그리고 <생각하는 사람> 등 식별할 수 있는 몇몇의 인물들만 살렸다. 인물 군상들은 성난 바다의 파도에서 발버둥 치고 추락하며 혹은 서로 부둥켜안는가 하면, 고통 속에서 스러져가는 수많은 인체들의 격동적인 흐름으로 장식된 두 개의 커다란 양문의 패널로 통일됐다.


중앙의 <생각하는 사람> 뒷부분은 패널보다 한층 더 깊이 파인 팀파늄을 뒀는데, 여기에는 중세의 성당에서 장식된 최후의 심판처럼 극적인 몸부림과 포즈의 인물들로 구성했다. 부조 배경에서 거의 완전하게 독립적인 인물상으로 주조된 <생각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문 앞 바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구상했으나, 곧 팀파늄의 중앙으로 올라앉아 예수처럼 고통 받는 인간들을 내려다보게 배치했다. 이 생각에 잠긴 인간은 단테를 상징하기도 하며, 창작의 고뇌에 사로잡힌 로댕 자신, 혹은 더 이상 종교가 희망이 되지 않는 세기말 세상의 희망과 불안을 동시적으로 품었던 현대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로댕은 <지옥의 문>에서 세상 모든 인간의 원흉을 담고자 다양한 스케일과 높낮이의 부조로 장식된 건축 프레임을 문기둥 양옆에 새로 배치한 다음, 아담과 이브를 상징하는 두 개의 거대한 동상들을 문 양쪽에 세우도록 계획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서 이 동상들은 모두 사라지고, 바티칸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서 죽은 예수를 아담으로 다시 형상화시켜 <지옥의 문>의 꼭대기에 <세 망령>으로 재탄생했다.
로댕의 <지옥의 문>은 모든 인간의 초월적인 상상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며 끊임없는 고통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로댕은 결코 어떠한 하나의 양식, 혹은 화파로서 설명할 수 없는 자신만의 복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다만 그는 세기말적인 작가로서 당시 인간들의 삶과 고뇌를 처절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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