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대상 수상한 최승범 명예교수] 향토 문학 발전에 기여 만해대상 문예부문 수상 - 전북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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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호.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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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대상 수상한 최승범 명예교수] 향토 문학 발전에 기여 만해대상 문예부문 수상
전북문학, 신전라박물지 발간…시와 수필로 큰 족적
늘 그리운 스승 가람 이병기부터 모두 소중한 인연
글 쓰는 길 힘들어도 좋은 작품은 반드시 빛 볼 것
[1486호] 2018년 10월 17일 (수) 17:20:47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지난 7월 12일 ‘제22회 만해축전:만해대상’ 시상식에서 우리학교 최승범 명예교수가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만해축전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만해대상은 평화, 실천, 문예 등 총 3개 분야로 나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고하 최승범 명예교수는 평생 동안 향토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이 인정돼 만해대상 문예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승범 명예교수를 만나기 위해 도착한 곳은 전주 한옥마을 근처에 위치한 고하문학관. 한껏 내려쬐는 여름 햇살을 맞으며 들어선 문학관은 한옥들을 이웃삼아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고하문학관의 문을 열자 깔끔한 문학관 내부와 함께 독서를 하고 있는 최승범 명예교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앉아있는 자리 주변으로는 문학관련 서적과 잡지들이 풍경처럼 펼쳐져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문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보여준 최승범 명예교수는 ‘대나무에게’, ‘난 앞에서’, ‘천지에서’, ‘한국수필문학연구’ 등의 수많은 시와 수필로 발자취를 남긴 우리나라 대표 문인이다.


최승범 명예교수는 우리학교에서 시조와 수필을 가르치며 1996년 교수직을 은퇴할 때까지 전북의 예술과 문학 발전을 위해 앞장섰다. 1969년에는 동료 문인들과 ‘전북문학’이라는 지역 문학잡지를 창간해 현재까지 이를 발간중이다. 지난해에는 전북의 역사와 문화 현장을 한 편 한 편 시로 노래한 ‘신전라박물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문인들은 최 명예교수를 “고고한 선비”라고도 부른다. 평소 차분하게 책을 읽는 모습이 꼭 그와 같기 때문이다. 또한 ‘후조의 노래’나 ‘춘설찻종 밀쳐놓고’ 등 그의 작품 곳곳에서 선비의 풍류와 절개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한 이유이다.


최승범 명예교수는 “저는 젊은 날로 되돌아가 대학교를 갈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그때 역시 전북대학교에 진학 할 것입니다”라며 첫 마디를 꺼냈다. 그 이유는 우리학교에서 만난 스승 때문이다.

“학교를 다닐 때 가장 존경하는 스승, 가람 이병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스승님은 그 누구보다 책과 제자들을 사랑했고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시지 않았습니다. 귀중한 책이나 자료가 있으면 큰돈을 쓰더라도 이를 보존하려 했어요. 자주 제자들에게 식사나 술을 대접하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스승에 대한 추억담을 이야기하는 최승범 교수의 눈빛에는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말하는 내내 그의 자세와 표정에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했다. 최승범 명예교수는 “‘빵은 육체나 기를 따름이지만 난은 정신을 기르지 않는가’라는 스승의 수필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며 “육체적 만족보다 정신적 만족을 추구한 스승의 정신을 저 역시 이으려 노력하고 있어요”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살면서 진정한 스승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라며 “모든 이들이 진정한 스승을 만나고 진정한 스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말을 마친 최승범 교수는 자신의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승범 교수는 서재에 들어서자 “이 글자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가 가리킨 것은 고비라는 글이 써진 파일들이 있었다. 그 뜻을 되묻자 “고비란 편지 같은 것들을 보관하는 물건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라며 이 파일들은 그동안 자신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놓은 것이라고 답했다. 20매로 이루어진 파일 208개, 듣기만 해도 상당히 많아 보이는 양의 편지였다. 그 속에는 안부를 묻는 편지, 시구를 써놓은 편지, 명언이 쓰여 있는 편지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고하문학관을 방문하거나 다른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어준 글귀를 모아 놓은 방문 기념 파일도 꺼내 보여줬다. 그 중에는 최명희 소설가의 안부 글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편지를 바라보며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연인입니다”라고 흐뭇하게 웃었다.


최승범 교수는 인연을 강조하며 자신이 처음 글의 아름다움에 빠졌던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서당의 훈장인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배웠다. 당시 한자는 보통 천자문으로 배웠는데 최승범 교수는 과거 시인들의 오언절구 속 대구를 정리한 ‘추구’를 통해 배웠다. 시를 공부하며 아름다운 문장에 매료된 최승범 교수는 그 날을 계기로 글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글공부를 할 때만큼은 그 무엇을 할 때 보다 행복했어요”라며 “교육열 높고 좋은 교육자인 조부를 만난 덕에 글에 흥미를 붙일 수 있었는데 이것도 좋은 인연의 결과 아닐까요”라고 전했다.


최승범 교수는 “요즘 사람들은 관계가 단절되고 있어요”라며 “인연이야 말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니 이런 때일수록 인연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이 상대적으로 뒤쳐진 요즘, 최승범 명예교수와 문학인들이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 문학잡지를 보여주며 “문학이 꼭 두꺼운 책속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발간해온 ‘전북문학’이나 다른 문학, 예술 잡지를 보면 수필, 시, 소설들이 있죠”라며 “좁아진 문만을 바라보지 말고 시대가 바뀜으로서 열린 다른 문을 찾아야합니다. 잡지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자 책 등 여러 분야에 문학이 스며들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그렇다고 문학인들의 입지가 좋아진 것은 아니에요. 글을 쓰는 사람들의 길은 여전히 험난할 거에요.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좋은 작품을 쓴다면 사람들이 조금 늦더라도 꼭 알아봐 줄 겁니다”라고 미래의 문학인들을 응원했다.



장경식 기자 guri53942@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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