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NU 교양 100선 읽기프로젝트 18 톨스토이 - 안나 카레리나 - 전북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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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호.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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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NU 교양 100선 읽기프로젝트 18 톨스토이 - 안나 카레리나
타오르는 정염 속 숨겨진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1486호] 2018년 10월 17일 (수) 11:28:08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 사랑과 인생의 의미 고찰해 보도록 장치
톨스토이는 장편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한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지만, 정말 안나와 남편 카레닌, 정부 브론스키와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연애소설이었다면 한 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며 고전으로써 지금까지 읽히고 뮤지컬 등으로 리메이크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화려한 삶을 누리던 상류층 여인의 불륜과 그에 따른 파멸을 다룬 연애소설처럼 보이지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격정적인 이야기 속에 인간적인 고뇌와 심리적 통찰이 스며들어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다.


특히 안나의 이야기와 병행되어 전개되는 콘스탄틴 레빈의 이야기는 지극히 안나의 삶과 대비된다. 레빈은 사랑에 대한 열망 못지않게 삶에 대한 허무에 대해 고찰하며 농부의 삶을 동경하는 이상주의자 지주로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볼 수 있다. 톨스토이는 레빈과 키티의 사랑을 그들의 관계 속에 치밀하게 엮어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고찰해 볼 수 있도록 장치했다.

▲ 톨스토이가 자신의 세계관 창조한 이정표
<안나 카레니나>는 <전쟁과 평화>, <부활>등과 함께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소설로 평가받고 있으며, 2007년 노턴 출판사에서 조사한 영어권 작가 125명이 선정한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동시대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예술 작품으로서 완전무결하다“고 평하며 ”인간 영혼의 넓고 깊은 심리 분석, 그리고 러시아에서 전례 없는 예술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인간의 죄와 악행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구현하는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안나 카레니나>를 집필하던 시기 톨스토이는 스스로의 모순됨에 환멸을 느끼며 정신적 위기를 겪는다. 그는 자신의 고뇌와 19세기 후반 러시아 귀족계급의 사회, 도덕, 모순, 위선,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소설을 통해 그려냈다. 이후 1879년 톨스토이는 <고백>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도덕적 자기 점검과 인생의 의미에 대한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지며 한동안 글을 쓰지 않고 성서와 신학 연구에 몰두한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 톨스토이의 자전적 질문에 대한 도착지이자 기독교적 아나키즘으로도 평가되는 ‘톨스토이주의’이다. ‘톨스토이주의’에 도달하기까지 겪은 고뇌가 담겨 있는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가 자신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이정표가 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안나 카레니나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괴로워하는 법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한다. 오빠의 불륜으로 불화가 생긴 오빠 부부를 화해시키기 위해 모스크바에 온 안나는 그 곳에서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다. 키티에게 열렬히 구애하던 브론스키 역시 순식간에 안나에게 빠져들고, 그동안 누리던 유희적 삶을 모두 내려놓고 안나를 따라간다.


유부녀인 안나는 비도덕적인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브론스키의 고백을 거절하지만 브론스키의 끊이지 않는 고백에 흔들린다. 남편 카레닌은 아내의 불륜을 눈치 채고 있었음에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는 데에 급급하고, 안나는 이런 남편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결국 그녀는 브론스키와의 불륜을 선택하고 둘의 아이를 갖게 된다. 카레닌은 아내의 불륜에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안나가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면서 이혼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복수를 대신한다.


안나는 브론스키의 아내로 살 수 있는 곳으로 떠난다. 사랑만 있으면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기분은 잠시였고, 소설은 사회와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질식해가는 안나의 불안함과 불안정한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브론스키는 여전히 사교계에서 주목받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녔지만 안나는 ‘바람핀 부정한 여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고립되고 있었다. 안나의 입장보다 자신의 감정을 중요하게 여겼던 브론스키는 안나의 고통을 이해하고 보듬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자신에게 집착하는 안나를 부담스러워 하며 그녀를 피하기 시작하고, 사랑만을 좇아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친 곳에서도 안나는 안정된 사랑을 얻을 수 없었다. 질투를 넘어선 분노와 애증에 고통스러워하다 브론스키와 처음 만났던 기차역에서 열차에 몸을 던져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 진정한 사랑에 대한 스스로의 답 찾는 과정
<안나 카레니나>의 부제는 ‘복수는 내가 하리라. 내가 이를 보복하리’이다. 성경 구절을 인용한 말로 오직 신만이 누군가를 평가하고 단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은 인간사에 대한 어떤 행동과 결과도 비난하거나 복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안나의 불행은 신의 뜻이 아닌 사회적 편견의 결과였다.

안나의 행동은 딜레마로 가득 차 있어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사랑의 감동과 생의 벅참을 억누르고 거짓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그녀와 가족 모두의 행복이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를 되돌아봐도 그녀가 선택한 것은 단순히 카레닌이냐 브론스키냐가 아닌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었다. 허영과 위선으로 가득 찼던 사람들은 모두 안나에게 비난을 퍼부었지만 안나를 위로하던 돌리의 말처럼 그들이 같은 상황에 마주했을 때 언제나 도덕적인 판단만을 내릴 수 있을 거라 단정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안나의 선택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


톨스토이는 안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녀의 삶을 긍정함과 동시에 부정한다. 안나의 죽음은 톨스토이가 그녀에게 내린 징벌이나 권선징악의 교훈을 위한 결말이 아니다. 치밀하게 고조되는 감정선으로 안나의 일탈을 이해하고 그에 동정심을 느끼게 하는 한편 안나의 이기적인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그 불안한 사랑에 휩쓸리지 않도록 대치되는 한 쌍을 등장시킨다.


레빈과 키티의 사랑은 톨스토이의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자 그의 이상적인 결혼상이다. 레빈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그의 고백을 거절하고 젊고 화려한 브론스키와의 결혼을 꿈꾸던 키티는 브론스키의 바람으로 상심한 나머지 병을 얻고 만다. 키티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고 레빈의 진심을 느낀다. 브론스키에 대한 열등감에 괴로워하던 레빈은 도시의 속물적인 삶을 떠나 농촌에서 땀 흘려 일하는 평화롭고 성실한 삶을 실천하며 키티에 대한 자신의 변치 않는 순수한 사랑을 다시금 깨닫는다. 키티는 허영심을, 레빈은 열등감을 딛고 진정한 사랑을 이룬다. 이들의 결혼생활도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거리를 존중하며 성장하는 순수한 사랑을 이루며 살아간다.


▲ 출간 100여년, 톨스토이가 던진 도덕적 물음은 여전히 유효
‘나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인가?’


안나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레빈은 책의 마지막 장에 같은 질문을 던진다. 레빈은 자신 나름의 답을 찾아낸다. 죽음으로 귀결될 삶이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철학적인 고민과 몸부림을 계속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명확하고 확신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더라도 늘 ‘나는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사는가’라는 질문을 의식하며 사는 삶의 방향은 선한 의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것을 레빈의 독백을 통해 전하며 마무리된다.


출간된 지 100여년이 지나도록 톨스토이가 던진 <안나 카레니나>의 문제는 유효하다. 도덕적으로 보이는 위선과 진실 사이,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인가’ 하는 풀리지 않는 질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깊은 고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혜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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