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청년시문학상 대학부문 당선작 - 전북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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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호.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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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청년시문학상 대학부문 당선작
종鐘
[1486호] 2018년 10월 16일 (화) 19:15:54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가람청년시문학상 대학부문 당선작

종鐘

김혜린 / 숭실대 문예창작 4

   
구름은 떠다닌다
햇빛이 타종하듯 이곳을 두드리고,
*네 아비가 종이었다는 그런 소문을 들은 적 있다
사거리 대로변에는 으레 그런 소문들이 많았고
피씨방 간판과 오락실 간판과 나비장 간판과 회색 넥타이가 있다
녹슨 간판들이 그늘을 쏟아낸다

낡은 현수막에 전시된 인물처럼
사내는 허공에 서 있다
서 있는 채로 흔들린다
빈 서류 가방과
빈 양복 자켓과
빈 지갑
희미하게 떨리는 빈 어깨
햇빛이 몰려든다
낡고 투명한 색채가 감색 양복을 물들인다

문득, 햇빛이 옷감의 안쪽으로 숨는 기분을 이해하는 오후
뒤통수를 때리는 사람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어떤 날에는 저기 구름에서부터 손바닥이 날아온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뒤통수가 쩡 하고 울릴 때
나는 네 아비가 종이라는 소문을 떠올린다
어쩔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꽃들은 만개하고
어쩔 수 없는 소문들인데
입술이 부드럽게 울린다
이빨을 꽉 물때
당황한 손바닥 같은,
두 손을 꽉 쥘 때
변성기 사내아이의 목소리 같은
빈 양복 밖으로 벗어나는 울림들은
노트르담의 종
세 명의 마리아
마리아는 각각의 어머니
어쩔 수 없는 어머니
아무도 이 울림을 해석할 수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낡은 구둣발이 또다시 허공을 타종하는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진다
소리는 종 안에 숨고,
숨지만 어쩔 수 없이 울려 퍼지고

어떤 날에는 저기 구름에서부터 손바닥이 날아온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서정주의 [자화상] 中 '애비는 종이었다.'라는 구절에서 따옴. 그렇게 한 시대가 쉽게 질 줄 몰랐던 슬픈 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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