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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호.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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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탐방기⑮ 주세페 아르침볼도, <베르툼누스>, 1590년경
과일이야? 사람이야? 재미있는 초상화
[1485호] 2018년 10월 10일 (수) 17:28:26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여기 다양한 과일과 각양각색의 꽃들, 그리고 곡식과 야채로 가득한 재미있는 그림이 있다. 그림은 분명 사실적인 과일과 야채들을 그린 그림인데, 이것들을 다 모아 완성하니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 작품은 16세기 이탈리아의 풍자화가이자, 프라하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시밀리안 2세와 루돌프 2세의 궁에서 궁정화가로 활동했던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7~1593)의 <베르툼누스>이다. 이 그림은 그가 말년에 그린 루돌프 2세의 초상인데, 보이는 것과 같이 온갖 과일과 야채로 풍성하다. 과일이 보였다가 사람이 보였다가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우리의 시선은 퍼즐을 맞추듯 위아래, 옆으로 끝없이 왕복한다.


당시 흔한 소재인 역사화나 신화, 종교화가 아닌 이상하고 신선한 그림이긴 하지만, 황제를 그렸다고 하기엔 너무 장난스러운 초상이라 황제에 대한 모독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이 그림의 제목 「베르툼누스」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로부터 나온 것이다.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가 존재하기에 가을이 오고 오곡백과가 무르익을 수 있다. 아르침볼도는 황제에게 베르툼누스를 ‘오버랩’시키고 다양한 먹음직스러운 과일과 곡식의 이미지를 생생히 드러냄으로써 황제의 현명한 통치와 보호 덕에 이렇게 농사를 잘 짖게 되고 풍요롭고 안정된 삶을 살게 된 것이라고 칭송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색적인 찬양은 비록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일지라도 통치자인 황제를 흡족하게 했을 것이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처음엔 스위스 인근 지역의 소영주 집안이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로 점차 거점을 넓히고 지속적인 정략결혼을 시행해가며 결국 스페인 지역까지 통치하는 등 유럽 최강의 가문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이 왕가는 세력 확장을 위해 근친혼도 마다하지 않아 결국 이로 인한 왕가의 후손들은 선천적인 기형이나 단명도 많았던 것으로 유명했다. 왕가의 황제들 중에서 막스밀리안 2세는 정치적으로 역사에 남을 만한 훌륭한 통치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궁정화가였던 아르침볼도의 기발한 초상화 덕분에 후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막시밀리안 2세의 아들 루돌프 2세도 아르침볼도를 궁정화가로 연임시켜 자신의 초상화 역시 아르침볼도 특유의 스타일로 제작하도록 하였고, 루돌프 2세의 초상화 <베르툼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렇듯 아르침볼도의 작품은 특이한 화풍으로 우의적인 의미와 익살, 해악을 담아 당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또한 그는 달리를 비롯한 20세기의 초현실주의자들에게 큰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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