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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호.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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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NU 교양100선 읽기프로젝트 ⑮ 테오도르 폴 김『도시클리닉』
도시는 결국 삶,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치유돼야 한다
[1483호] 2018년 09월 13일 (목) 17:24:07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보편타당성과 영속성을 기본으로 도시의 본질 찾기
오늘 우리 ‘도시’의 얼굴은 어떠한가. 과장을 많이 하지 않아도, 여전히 그 모습들은 전국 어느 곳을 가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한 얼굴로 우리를 맞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부의 예산배정을 환영하는 거리 현수막 속 단어가 ‘지역 재개발’에서 ‘도시재생’이란 단어로 바뀌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재개발’과 ‘재생’의 차이는 무엇일까? ‘도시재생’이란 말은 어떤 이유로 사회변화의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됐을까?


공간과 부동산에 대한 물리적 개발이 재개발이라면 도시재생은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물리적 ‘개발’에만 묶여있던 도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자 확장된 공간의 개념으로의 이해이다.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에서도 그 차이는 확연하지만, 이 책 ‘도시 클리닉’에서 우리는 더욱 명확하고 지속가능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시 클리닉’의 저자 테오도르 폴 김은 사회도시학자로 유럽과 우리나라의 건축 및 도시개발 사례에 대한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인문학적 담론을 모색해 왔다. 이번 책의 부제 역시도 ‘병든 도시를 치유하는 인문학적 방법론’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제 더는 커질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하고 흉측하며 생각 없이 덩치만 큰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가 되어버린 오늘날 도시에 대해 저자는 인문학적‧사회학적 관점으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의 회복을 이 책을 통해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보편타당성’과 ‘영속성’을 기본으로 한 도시의 본질 찾기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고 사례를 든 ‘사회혁신’에 대한 이야기들은 결국 도시=삶이라는 명징한 결과를 우리에게 확인시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자 메시지이다.


한국의 도시들은 과연 어떠한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며 도시화도 급격하게 진행됐다.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모여 들면서 도시는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해 갔다. 도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정부는 빠르게 도시계획이 세워졌으며, 그만큼 부작용도 빠르고 엄청난 양으로 쌓여 갔다. 결국 도시는 ‘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상업적 이윤의 사냥터가 돼, 빈부격차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현실세계에 남게 됐다.


저자는 철학이 없는 도시계획에 대해 비판한다. 한국의 도시에는 인간, 곧 시민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정치철학이 없었으며 시장 논리만이 지배하는 도시에서 추진된 정책은 재력과 권력의 장기집권을 위해 작용하는 수단으로 취급받아왔다고 확신한다.

▲빈곤한 외곽지역을 활성화, ‘대체 도시화 정책’ 제시
그렇다면 이런 도시의 방향을 우리는 어떻게 바로 잡고, 새롭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지은이는 이처럼 잘못된 개발로 병들고 부정적인 도시를 긍정적이고 건강한 도시로 치유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체도시화 정책’을 제시한다.


이 정책의 핵심은 비대해진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외곽지역을 활성화하여 지역사회의 교류를 촉진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차별 없는 삶의 질과 활력을 공급하는 데 있다. 더불어 시민의 사회적 권리와 가치인 사회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병든 도시를 치유하고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첫 단계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체제가 정착하도록 시민들은 행정기관의 임무가 무책임한 권력 남용이 아닌 시민의 자유와 평등,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재인식해야 한다며 시민의식의 성장과 인식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두 번째 단계로 차별과 불평등 사회를 만드는 정치체제의 변화를 짚었다. 평등사회는 평등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교육, 의료, 주거, 복지,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 생존권을 보장하는 사회체제와 정책 실현으로 이루어질 때 도시화 정책도 평등한 삶을 보장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세 번째 단계로는 도시와 사회의 혁신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즉 미래에 대한 예측과 검증을 통해 도시의 불운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특히 도시와 사회에 대한 혁신정책은 전문가와 시민 등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그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주요한 실천으로 꼽는다. 4대강 사업처럼 미래가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정책은 결국 자연 파괴와 경제적 손실만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경제력과 성장의 원동력인 출산지원정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위해 경제 활동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국공립 보육 시설 확충, 보육비 지원 확대 등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과 자원, 낡은 흔적까지 함께 숨 쉬는 도시돼야
저자가 제시한 ‘대체도시화 정책’에 대해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특별한 것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도시개발 방향과 도시재생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나 성공기를 기대했다면 이 책에 대해 많이 실망하겠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장착’해야 할 도시 그리고 우리 삶에 ‘기조’들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반이 없다면, 우리는 그 어떤 도시를 떠올린다 해도 실천하거나 실현할 수 없음을 다시금 깨달아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도시재생 바람을 타고, 오늘도, 내일도 어딘가의 모습은 사라지거나 변화하거나 혹은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의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정책은 그 개념의 범위가 넓어 내일 당장 우리 동네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요즘은 지역 정치인들의 우선순위 1등 공약이기도 하다.)

4대강까지 울분을 터뜨리지 않아도, 전주의 한옥마을, 전북의 혁신도시 등 여기 이곳에도 문화와 미래의 옷으로 위장한 답답한 도시의 모습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영속성의 도시, 문화를 창조하는 도시는 ‘도시’ 자체로 다시 태어날 수 없다. 그 안의 사람, 역사, 자연, 자원과 낡은 흔적까지도 함께 숨 쉬고, 제대로 자리를 잡을 때 가능할 것이다.

도시의 현재를 제대로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도시정책에 대한 수립 또는 판단, 내 삶을 둘러싼 공간과 배경을 적시하고 새로운 꿈을 꾸고 싶다면 테오도르 폴 김의 <도시 클리닉>을 넘겨보면 좋다. 나의 도시, 이웃의 삶터를 바꾸기 위해 일을 계획하고 문화를 창조할 세상의 모든 기획자들에게는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꼭 한 번쯤은 ‘원점’과 ‘기본’에서 고민해봐야 될 만큼 복잡하고 빠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도시와 시민은 특별하기 때문이다.

황경신 완주문화특화지역사업단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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