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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탐방기 ⑩ 쿠엔틴 마티스, <금융가와 그의 아내>, 1514
세속과 종교적 미덕의 조화
[1480호] 2018년 05월 16일 (수) 14:14:17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쿠엔틴 마티스의 <금융가와 그의 아내>는 세속화의 역사에 있어서 확실한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이정표와 같은 작품이다. 쿠엔틴이 활동했던 플랑드르 지역의 미술은 오늘날의 프랑스 북구,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을 포함하며 이탈리아 지역과 차이를 보이는 특성으로 인해 북유럽 르네상스로 분류된다. 북유럽 르네상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동시대적으로 발생했지만, 교회와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와는 다르게 산업이 발달돼 개개인이 상당한 부를 축척하고 있었고, 기독교가 전파되긴 했지만 세속적인 물질주의가 함께 유행하던 곳이었다. 이러한 물질주의는 화가들로 해금 종교화와 함께 주문자의 기호에 맞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게 했다. 이에 쿠엔틴의 작품은 주문자의 세속적인 삶와 종교적 위안을 한 화면에 그려 넣었던 네덜란드 세속화를 이끌어낸 얀 반 에이크 회화의 원형으로 여겨지면서 이후에 제작되는 유사한 테마를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들의 기원이 됐다.


<금융가와 그의 아내>에서 그림 속 부부는 각자의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이들의 일은 현실적이면서도 세속적이지만 이와 함께 윤리적인 의미를 모두 함축하고 있다. 남편은 저울의 수평을 재고 있으며, 조언을 구하려는 듯 자신의 아내에게로 몸을 기울인 모습이다. 아내는 독서에 집중하던 경건한 모습에서 잠시 고개를 돌려 남편 쪽으로 몸을 기울이지만 그녀는 - 성모자의 모습이 그려진 - 책에 표시해 놓은 부분을 잊지 않기 위해 한 손을 기도서 위에 올린 채, 불안한 눈빛으로 저울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불안함은 장사에는 절대적인 것, 신성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상에 대한 깨달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부부의 근심은 대조적이다. 즉 아내를 통한 겸손함의 미덕과 상인 남편의 현실적 노련함이 대비를 이루고, 몇몇 장식물들이 신성함과 속됨 사이의 대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테이블 위의 볼록 거울은 틀림없이 얀 반 아이크의 유명한 작품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서 보여준 거울 모티브를 차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거울의 표면에는 종교적 상징으로써 분명한 십자가 모양의 창문과 그 옆에서 성경 구절을 읽어주는 설교자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화면 오른편, 방 바깥쪽으로 보이는 두 명의 인물들은 이 세계 역시 무의미한 험담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고 있다.


회화에서는 기법만큼이나 주제의 성격도 중요한데, 종교화나 역사화는 고상한 장르로 구분하고 이에 비해 풍경화와 정물화는 하급 장르로 생각했다. 여기에 초상화와 풍경화는 고귀한 사람들을 포함해서 그렸을 경우에는 그 중간적 위치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구분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고 내용에 어느 정도 종교를 입혀 관념화시키거나 스타일에 웅장함이 덧붙여지면 상위 장르로 승격됐다. 이에 세속화에서는 종교적인 도상의 힘을 빌어서 부의 과시가 너무 세속적이지 않고 아름다움의 그 어딘가로 정화시키고자 하는 당시 화가와 주문자의 기대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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