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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탐방기 ⑧ 랭부르 형제
[1478호] 2018년 04월 04일 (수) 11:22:25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기도서>, 1410년경


4월, 젊은 연인의 사랑

   

지금 캠퍼스에는 4월의 봄기운이 한창이다. ‘봄’ 하면 따뜻한 날씨, 봄 꽃, 봄 내음, 봄 소풍 등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우리의 4월은 역시 전국의 벚꽃 축제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서양의 중세에서 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여기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그림이 있다.


1410년경에 그려진 <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기도서>은 랭부르 형제로 알려진 작가들에 의해서 제작되었다. 삼형제였던 랭부르 형제는 헤르만, 폴, 요한으로, 그 중 폴과 요한은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 궁정화가였던 삼촌에게서 그림 그리는 법과 채색하는 것을 배우면서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후 파리에서 금세공 작업을 배우던 헤르만이 합류하였고, 이들은 베리 공작의 궁정화가로서 필사본의 삽화를 그리게 된다.

이때 탄생한 책이 <베리 공작의 성무일도서>라는 기도서이다. 이 기도서에는 아름답고 화려한 채색의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여기에 <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기도서>가 함께 제작되었다. 이 기도서는 23x14센티미터 정도의 자그마한 크기로서 12달의 생활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기도서에는 베리 공작의 생활뿐만 아니라 중세 시대 평민들의 삶까지도 엿볼 수 있는데 당시 장르가 없었던 풍속화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뛰어나다.


당시 중세의 달력에는 달마다 바뀌는 일, 즉 씨를 뿌리고 사냥을 하고 추수를 하는 광경을 그리는 것이 관례였다. 달력 형식의 베리 공작의 기도서에도 그 주제는 변함없지만, 여기에서는 세밀한 관찰력과 섬세한 사물에 대한 표현력이 돋보이면서 공작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당시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국제 양식으로 불리는 이 미술기법은 화려한 궁정미술로서, 아름답게 흐르는 선과 일상의 사람들의 모습을 우아하고도 정교하게 채색하고 있다. 또한 그림에는 계절에 따른 별자리를 반원의 하늘에 그려 넣고 있는데, 반원에는 30여 개의 날짜 칸을 나누고 있으며 태양의 길 뿐 아니라 달이 변하는 모습까지도 그려 넣었다. 12달의 각 장면에는 베리 공작이 계절에 따라 여러 성에서 거주하는 모습을 모두 담고 있으며, 농부들의 농사일과 시기에 따른 축제와 여가활동의 모습까지 그려 놓았다.


이 그림은 4월에 해당하는 기도서 그림으로 별자리는 황소자리이며, 4월의 그림 배경에는 도던 성이 그려져 있다. 도던 성은 베리 공작이 소유하던 여러 성 중 하나로, 그림에는 이 성을 배경으로 당시 12살이었던 손녀의 약혼식 장면을 담고 있다. 젊은 연인은 서로에게 사랑의 징표를 교환하며 봄기운을 받아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 귀족들은 고귀한 사람들을 표현하기 위한 푸른색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있으며, 마치 마리아처럼 고결하고 결백하고, 한편으로는 세상에 대해 냉담하기까지 한 그들의 특성을 블루로서 화가는 표현하고 있다. 특히 그림에서 반원의 천체를 당시 가장 비싼 안료였던 청금석의 코발트블루 색상으로 통일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이 기도서는 지금보아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김미선(예대 강의 전담교수,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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